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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Kodachrome에서 클래식 자동차를 타고 여행 중인 부녀

넷플릭스의 Kodachrome은 단순한 로드 무비를 넘어, 향수와 후회, 그리고 희망이 녹아든 감정적인 여정을 그려냅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 영화는,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와 그와 오랜 시간 소원했던 아들이 함께 마지막 코닥크롬 필름을 현상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 진심 어린 이야기를 통해 Kodachrome은 용서, 기억, 가족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섬세하게 탐색합니다.

필연에서 시작된 불편한 재회

이야기는 음악 업계에서 고전하고 있는 매트가 갑자기 아버지 벤의 삶에 다시 끌려들어오면서 시작됩니다. 세계적인 사진기자였던 벤은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코닥크롬 필름들을 현상하기 위해 캔자스로 떠나는 여행을 원합니다. 그의 간호사이자 보호자인 주이는 매트를 설득해 함께 떠나게 하고, 이 긴장된 여정은 곧 두 사람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영화는 부자 사이의 냉랭한 감정을 초반부터 드러내지만, 동시에 회복의 여지도 조심스럽게 마련합니다.

기억의 은유로서의 사진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상징은 바로 코닥크롬 필름입니다. 생생한 색감과 보존력이 뛰어난 이 필름은 기억을 상징하며, 우리가 과거를 어떻게 간직하고, 어떻게 바래가며, 어떤 색으로 남기는지를 보여줍니다. 벤이 집착하듯 사진을 찍는 이유는 단순히 직업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의 사진은 그가 온전히 살아내지 못한 인생의 파편입니다. 영화는 조용히 묻습니다. 순간을 포착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그 순간을 살아내야 하는가?

결함투성이 천재, 벤의 감정 장벽

벤은 뛰어난 예술가이자 형편없는 아버지로 그려집니다. 완벽한 사진 구도는 잡을 수 있어도,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몰랐던 인물입니다. 영화는 그를 미화하지 않고, 오히려 일에 몰두함으로써 진심을 회피했던 사람으로 묘사합니다. 여정이 진행되면서 그의 냉소적인 태도는 점차 무너지고, 오랫동안 숨겨왔던 아들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매트의 진짜 갈등은 자아와의 싸움

한편 매트는 단순히 화가 난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성인 남성입니다. 그의 삶은 직장도, 인간관계도 정체되어 있고, 이 여행은 그가 외면해온 과거와 마주하게 만듭니다. 영화는 분노가 사실은 상처에서 비롯된 감정임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매트는 점차 아버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고, 마침내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여정을 밟습니다. 그 화해는 갑작스럽거나 극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적이고 조심스러우며,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갈등과 연민을 잇는 다리, 주이

주이는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갈등하는 두 사람 사이의 완충재 역할을 합니다. 그녀는 중립적 시선으로 부자 모두의 입장을 이해하고, 회복을 향해 부드럽게 이끕니다. 그녀의 존재는 영화의 감정선을 균형 있게 유지하며, 갈등 너머로 연결되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Kodachrome, 마지막 순간을 담아내기 위한 여행

Kodachrome은 조용하지만 강한 감정적 울림을 지닌 영화입니다. 화려한 장면이나 극적인 연출 없이, 인물 간의 대화와 점진적인 감정 변화에 집중합니다. 벤과 매트가 마지막 필름을 현상하는 순간, 상징은 명확합니다. 어떤 관계는 고칠 수 있고, 어떤 기억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속엔 여전히 아름다움이 존재합니다. 가족 문제로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말해야 할 것을 말하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을 전할 기회는, 마지막 필름이 노출되기 전까지는 남아 있으니까요.